종이로 하나가 되는 시간, 제15회 코리아종이접기컨벤션
1년의 기다림, 설렘의 시작
이른 아침부터 컨벤션 참가자들은 가족, 친구와 함께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접수처 앞에는 이미 긴 줄이 늘어섰고, 권용수(12), 김선준(12) 학생은 부모님과 함께 가장 먼저 대기하며 접수 시작을 기다렸다. 그들의 얼굴에는 기다림의 시간이 피곤함보다 “드디어 시작이다.”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코리아 종이접기 컨벤션이 8월 16일~17일 이틀간 성대하게 열렸다. 무더운 여름날에도 종이접기를 향한 참가자들의 열정은 식지 않았고, 그 열기로 대회장은 시작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전시장 ― 작품, 그 이상의 무한한 가능성
올해 전시장은 2층 다목적 라운지에 새롭게 마련되었다. 이곳은 이전보다 한층 넓어진 공간으로 카페 공간과 전시장으로 구분되어, 보호자로 오신 학부모의 쉼터가 제공되었고, 동시에 참가자들은 전시 작품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초대작가인 일본의 카미야 사토시의 작품과 나카무라 코스케, 독일의 보도 하그의 작품, 제27회 창작작품공모전 수상작품과 종이접기창작위원회 창작위원들의 작품은 물론, 차세대 작가들의 신작까지 정말 다양한 종이접기 한마당 그 자체였다. 정교한 곤충, 사실적인 동물, 대형 유닛 작품부터 현대적 조형미가 돋보이는 창작작품까지, 종이 한 장이 만들어내는 상상력의 스펙트럼은 참가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이번 컨벤션에 맞춰 발간된 신간 『데일리 종이접기』에 수록된 22점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소박하면서도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모델들이 많아, 어린이부터 어른 참가자까지 발걸음을 멈추고 직접 시도해보고 싶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새로운 도서와 실물 작품이 나란히 전시된 덕분에 전시장은 단순한 감상의 공간을 넘어, 참가자들에게 “일상 속 종이접기”의 매력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장이 되었다.
특별강연 ― 나카무라 코스케와 카미야 사토시의 무대
첫날 오전 특강은 일본의 젊은 작가 나카무라 코스케의 강연이었다. 원래는 일본 작가 마츠우라 에이코가 강연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코로나로 참가를 못하게 되어 대신 무대에 올랐다, 「종이접기와 함께한 나날들」이라는 주제로, 지금까지 종이접기를 통해 경험해 온 일들과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의 성장 이야기를 발표했다.
이어 오후 특강은 카미야 사토시가 특별강연을 펼쳤다. 그는 ‘사슴’, ‘드래곤’, ‘천마’ 등 대표작을 소개하며 수학적 설계와 예술적 영감의 융합을 토대로, 작품이 발전되어 가는 과정을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숨죽여 그의 설명에 몰입했고, 강연장은 경이로움과 감탄의 탄성으로 가득했다. 카미야 사토시는 종이접기의 상징과도 같았다.
배움의 열기 ― 29개 강좌로 빚어낸 교실의 풍경
종이접기 교실은 총 29개 강좌가 진행되었다. 곤충, 동물, 유닛, 생활 소품, 창작 모델 등 다양한 주제로 세분화 되었고, 참가자들의 취향뿐 아니라 수준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난이도별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가장 어린 참가자는 초등학교 1학년생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참가한 이 학생은 고난도 접기에도 도전하며 강사의 지도를 받았다. 한 참가자는 평소 좋아하는 카미야 작가의 수업을 선택해 “책에서만 보던 카미야 선생님의 모델을 직접 접어볼 수 있어서 마치 꿈이 이루어진 것 같다”고 감격해했다.
또한, KAIST의 이대영 교수가 아트홀(F 강의실)에서 진행한 「종이접기, 로봇, 그리고 우주」라는 특별강좌는 종이접기가 위성 패널, 우주선, 로봇 설계 등 첨단 과학기술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생생하게 들려주어 학부모들과 중고생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참가자 몇몇은 “강의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으로 내년에는 더 많은 학생들이 들을 수 있도록 전체 강의로 다시 편성해 달라”는 의견도 주었다.
뒷이야기 ― 자원봉사자들의 헌신
행사장 곳곳에서 파란 조끼를 입은 스태프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컨벤션 참가자로서 교실 안내 및 전시 작품 관리 등 행사 진행 전반에 걸쳐 이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들은 매년 봉사자로 나서는 열정적인 종이접기 마니아들로, 묵묵히 행사 뒷자리를 지키며 원활한 진행을 이끌어냈다. 참가자들은 “숨은 주인공은 바로 자원봉사자들”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제27회 코리아종이접기창작공모전 시상식 ― 첫째 날의 대미
첫째 날 마지막 일정으로 제27회 코리아종이접기창작공모전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심사위원은 “올해 공모전 작품들은 특히 주제가 매우 다양했습니다. 공룡, 인간, 사물이 골고루 출품된 것으로 볼 때 한국 창작종이접기의 저변이 확대됨을 느낍니다. 높은 상을 주고 싶은 작품들은 많았지만 아쉽게도 선정 인원의 제한 때문에 많은 출품작에 좋은 결과를 주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라고 평했다. 대상은 김영웅 작가의 ‘골리앗꽃무지’가 차지했다. “색상과 역동적인 자세를 놀랍도록 잘 표현한 작품”이라며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대상을 선정했다고 전했다.
맺음말 ― 종이 한 장이 여는 내일
제15회 코리아종이접기컨벤션은 단순한 종이접기 축제가 아니라, 예술과 과학, 전통과 창작이 만나는 장이었다.
카미야 사토시의 초대와 압도적인 작품들, KAIST 이대영 교수의 특별강좌, 『데일리 종이접기』 신간 전시, 그리고 29개의 교실 프로그램과 창작공모전 수상 작품 전시까지… 비록 이틀간의 여정이었지만 너무도 풍성한 대잔치였으며 종이 한 장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한번 증명해내는 자리였다.
내년, 또 다른 종이접기 세계의 새로운 만남이 벌써 기대된다.